스펙테이터 대표 안태옥의 빈티지 소장품 컬렉션

듀펠 다음 챕터의 기초가 될 아카이브.

패션 
36,958 Hypes

듀펠(Duffel) 설립자 안태옥은 국내 남성 패션을 논할 때 빠질 수 없는 인물이다. 그는 지난 8년여 간 스펙테이터, 홈그로운 서플라이(이하 HGS) 그리고 네버 그린 스토어를 전개하며 두터운 마니아 층을 쌓아왔다. 성공 비결은 바로 뚜렷한 정체성과 방향성. 대한민국 패션 시장에서 스펙테이터는 밀리터리와 워크웨어, HGS는 캐주얼웨어의 대표적인 이름으로 자리 잡았다. 이들은 최근 출시한 스펙테이터의 ‘서비스 러너 2’가 그랬듯, 남성적이고 실용적이다. 이런 브랜드의 수장인 안태옥이 이탈리아에서 드레스 디자이너로 활동한 건 뜻밖일 수도 있지만, 웬만한 팬이라면 아는 사실. 그는 최근 자신의 결혼식에서 신부의 웨딩드레스를 손수 제작할 만큼 세심한 장인이다.

그런 안태옥이 구성한 듀펠의 브랜드 유니버스는 여섯 가지 챕터로 나뉜다. 그중 스펙테이터와 HGS는 첫 번째와 마지막. 지난 시즌부터 밀레와 전개해온 협업 시리즈는 조만간 세 번째 챕터인 ICR(Individual Clothing Regulation) 테크웨어로 론칭될 예정이다. 그렇다면 스펙테이터와 ICR 사이의 두 번째 챕터는 무엇일까? “챕터 투(two)는 챕터 원(one)인 스펙테이터의 미래형 브랜드다. 내가 성인이 되고 하이패션 브랜드에서 디자인하며 좋아했던 것에서 영향을 받았다. 헬무트 랭, 라프 시몬스 등을 오마주할 것이다.” 둘째 챕터는 올해 하반기 혹은 내년 상반기에 론칭할 예정이다.

그래서 준비했다. 듀펠의 둘째 챕터 론칭에 앞서 그 기초가 될 안태옥의 아카이브. 그가 2000년대 초반 이탈리아에서 안토니오 베라르디의 어시스턴트로 일하며 수집한 빈티지 아카이브. 캐주얼과 테크니컬 맨즈웨어의 상징으로 떠오른 그가 순수 연구용으로 구매한 옷과 액세서리. 빈티지가 좋아서 수집한 게 아니라 당시에 구매해 빈티지가 된 옷과 액세서리. 안태옥은 “외모 콤플렉스 때문에 부끄러워서 직접 입지는 못한다”고 웃어 넘기지만, 그는 듀펠의 정체성과 방향성을 위해 이 아카이브를 철저하게, 세심하게 연구해왔다. 챕터 투의 뿌리는 오직 그만이 설명할 수 있다.

 

메종 마르지엘라 아티즈널 옴므 1977 복각 카키 셰킷

“지금은 마르지엘라의 번호 라벨이 유지되고 있지만, 체계가 상업적으로 변질되었다. ‘0’번은 핸드메이드 아티즈널, ‘10’번은 옴므 컬렉션이다. ‘0’과 ‘10’의 동그라미는 아티즈널 남성 라인을 의미한다. 오늘날은 굉장히 레어한 콤비네이션인 셈이지. 1977년 유럽에서 만든 군복을 그대로 사용했다. 태그는 정확히 어느 나라 언어인지도 모르겠다. 체코인가? 아무튼, 군대 탱크 운전 기사의 유니폼은 상의와 하의가 붙어 있는 올인원인데, 그걸 해체하고 재킷으로 만들었다. 뒷면의 지퍼는 갈 곳 없이 그저 잘린 걸 볼 수 있다. 이때는 모든 옷을 프랑스 하우스에서 만들었다.”

 

헬무트 랭 1990년대 ‘OG 고무 캔버스’ 하이탑 운동화

“이건 컨버스가 아니지만, 헬무트 랭이 컨버스를 재해석한다면 이렇게 되겠지. 보통 뒤쪽에 있는 고무를 앞에 부착하고 옆면에 덧댔다. 뒤꿈치는 원래 노란 고무줄과 같은 색깔이었고 말랑말랑했는데, 오래돼서 딱딱하게 굳어버렸다.”

 

스펙테이터 대표 안태옥의 빈티지 소장품 컬렉션 2018 spectator an teok vintage raf simons helmut lang comme des garcons

헬무트 랭 1998 가을, 겨울 양모 롱코트

“당시 패션 에디터들의 감상평은 이 컬렉션이 우주복, 우주 비행사 테마였다는 것이다. 하지만 디자인의 의도는 오직 디자이너밖에 모른다. 원래 이 퍼는 피부에 닿는 쪽이고 이렇게 겉으로 나오는 소재가 아닌데, 헬무트는 이걸 뒤접어 만들었다. 디자인과 실루엣도 아주 미니멀하다. 가로 슬립 주머니, 끝. 그런데 멋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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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무트 랭 1999 가을, 겨울 ‘MA-1 에스키모 다운 파카’

“이거야말로 진짜 우주복 같다. 이건 미국 공군의 N-3B 파카로, 패션에서 가장 많이 재해석되는 아이템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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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무트 랭 1999 가을, 겨울 ‘비대칭 본디지 바이커 재킷’

“이때 제품군이 지금 경매가로 따지면 가장 비싸다. 이렇게 엄청난 ‘faux fur’는 색상과 종류가 여러 가지였는데, 지금도 인기가 엄청 많을뿐더러 구하기가 힘들다. 가방처럼 멜 수 있는 끈 디테일은 본디지 디자인의 시초로, 계속 발전돼서 오늘날의 본디지 패션이 여기까지 온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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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무트 랭 1999 가을, 겨울 ‘몰스킨 아스트로 바이커 코트’

“이 무거운 코튼은 컬렉션의 익스텐션 정도로 생각된다. 랭은 몇 개의 시그너처 디자인 디테일로 다양한 제품을 풀기 좋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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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무트 랭 2003 가을, 겨울 ‘메탈 본디지 MA-1 봄머 재킷’

“이건 원래 메탈릭 원단인데, 시간이 오래 지나서 약간 끈적끈적하고 눅눅한 느낌이 됐다. 마치 고무에 왁스를 칠한 것처럼. 아마 소재 안에 쇠가 들어있을 거다. 그래서 이 크리즈 된 질감이 생기는 거다. 클래식한 밀리터리 MA-1 플라이트 재킷에 이런 변태적인 본디지 끈을 믹스한 게 정말 재미있다. 나에게는 이 시절 헬무트 랭이 가장 전설적이다.”

 

헬무트 랭 2003 가을, 겨울 ‘에이비에이터’ 바지

“이건 60년대 폴란드 공군 바지를 그대로 복각한 거다. 공중의 압력 때문에 바지의 박음질이 터지지 않도록 공기 튜브를 삽입했다. 헬무트 바지의 경우는 그저 비주얼 디테일일 뿐이다. 착용한 모델이 런웨이에서 워킹할 때는 마치 성기처럼 데롱데롱 걸려 있는 게 흔들려 헬무트의 키치한 위트도 느낄 수 있다.”

 

헬무트 랭 2004 봄, 여름 지갑

“2004 봄, 여름 메탈릭 컬렉션은 아주 상징적이다. 쇠 같은 가죽이 컬렉션의 주 소재였다. 캠페인 사진을 찾아보면, 여성 모델이 재킷을 뒤집어 허리에 묶고 치마처럼 입고있다. 지갑은 컬렉션의 액세서리 중 가장 구매하기 쉬운 제품이었다. 내가 그 치마를 살 수는 없으니까.”

 

헬무트 랭 2004 봄, 여름 ’핸드커프’

“진짜 수갑처럼 차야 하는 팔찌. 이것도 본디지 패션에 해당된다. 당시에 온갖 곳에서 찾아봤지만, 인기가 많아 어딜 가도 품절이었다. 구하는 데 우여곡절이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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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디다스 x 요지 야마모토 2001~2002 ‘Tenet’ 운동화

Y-3라는 브랜드가 론칭하기 전에 요지 야마모토와 아디다스가 협업한 결과물이다. 지금처럼 둘의 관계가 활발하지 않았던 초기 시절이다. 요지는 굉장히 시적이고 정적이고 우아한 브랜드인데, 아디다스와 이런 신발을 만들었다는 게 아주 파격적이었다. 일단 모양 자체가 너무 신기하지 않은가. 색깔도 원래 주황색이 아니라 피보다 선명한 빨간색이었다. 지금은 오래돼서 삭았다. 원래 이렇게까지 구부러지지도 않았었다.”

 

꼼데가르송 2003 가을, 겨울 옴므 플러스 ‘커브’ 슈트 재킷

“2003 가을, 겨울 컬렉션은 기존의 클래식한 슈트 재킷에 독특한 커팅을 삽입했다. 귀엽지? 런웨이 쇼에서는 앞모습만 봤는데, 뒷모습을 보고 더 감동했다. 이런 과감한 컬러 블록킹은 지금 봐도 재미있다. 꼼데가르송은 여전히 엄청난 실험을 계속하고 있지만, 그때도 이런 실험을 했다는 게 대단히 재밌었다.”

 

라프 시몬스 2003 봄, 여름 롤 후드 재킷

“2003년은 라프 시몬스가 거의 톱의 반열에 올랐을 때였다. 지금은 완전히 원로 느낌이지만. 이후에는 질 샌더 디렉터도 하고, 최근에는 디올 컬렉션도 했지만, 그전에 시몬스는 엄청 반항적이고 펑크스러운 과정을 거쳤다. 지금의 베트멍 느낌이랄까. 강력한 오버사이즈에 무정부주의 깡패나 입을 법한 옷. 지금의 미니멀리스트 느낌보다 굉장히 과격했다. 이 재킷은 특유의 미니멀리즘을 갖추었지만, 펑크스러움의 최고 정점에 다다른 피스다. 수류탄 걸이 같은 게 달려 있는 것도 볼 수 있다.”

 

라프 시몬스 2006 봄, 여름 ‘낙하산 재킷’

“남성 컬렉션인데, 여자가 입어도 예쁠 정도로 통이 크다. 후드도 뗄 수 있고. OAMC 같은 브랜드들이 자주 참고할 만큼 상징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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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세인 샬라얀 2004 봄, 여름 피케 재킷

“이건 역대급으로 전설적인 컬렉션 일부다. 학창 시절 내게 가장 큰 감동을 준 컬렉션이다. 간단한 피케 셔츠와 재킷을 하나로 부착한 건데, 당시에는 획기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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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세인 샬라얀 2004 봄, 여름 재킷

“꾸뛰르 그 자체. 대체 어떻게 이런 생각을 했을까? 이 셔츠에는 후세인의 해체 과정이 옷에 그대로 붙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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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리스 반 노튼 ~2004 바이커 청바지

“무릎의 패드 때문에 약간 입체적이다. 바이커 팬츠지만, 데님 같은 투박하고 두꺼운 코튼 캔버스 소재다. 이 색감, 멋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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