힙합 포토그래퍼 치 모두와의 단독 인터뷰

“카메라의 역할을 가장 잘 이해한 사람은 투팍이다.”

패션 
4,421 Hypes

크리스토퍼 치지오케 모두는 참 겸손하다. 투팍, 나스, 비기, 스눕 독에 이르는 전설적인 래퍼들을 ‘동생들’로 거느린 그 또한 하나의 살아있는 전설이다. 줄여서 ‘치 모두’로 활동하는 뉴욕 기반 힙합 포토그래퍼 모두가 디뮤지엄의 <유스> 전시스테레오 바이널즈와의 협업 컬렉션 론칭을 위해 내한했다. 하입비스트에서 그가 청춘을 향해 던지는 메시지 그리고 그가 개척한 힙합 다큐멘터리 사진 장르에 관해 물었다.

래퍼들을 찍기 시작한 계기는 무엇인가?

나는 주위 사람들을 편안하게 하는 능력이 있다. 그래서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다. 이런 사회성이 바로 내 성공의 가장 큰 이유라 생각한다. 갓 사진 일을 시작했을 때 나의 피사체들은 정말 어렸다. 나는 고작해야 두세 살 더 형이었고 대학에 다니고 있었지만, 그들은 십 대에 바로 스타덤에 오른 사람들이었다. 투팍, 나스 그리고 스눕 독 같은 애들은 날 편하게 생각했고 나는 그들의 인생에 어떠한 균형을 잡아준 것 같다. 내가 찍은 래퍼들 사진이 다른 사진보다 조금 더 깊이 있는 것도 아마 그 편안함 때문인 듯하다. 그렇게 시작된 것이다.

찍은 사진 중 가장 좋아하는 컷이 있을까?

딱 한 컷만 고를 수는 없지만, 작업하기 편한 사람들은 있다. 어떤 이는 카메라의 의도를 자세히 파악하는 반면 어떤 이는 이해도가 부족하다. 유명인으로 활동하려면 카메라를 이해하고 그것을 본인의 커리어에 유리하게 사용할 줄 알아야 한다.

가장 기억에 남는 피사체는 누구인가?

카메라의 역할을 가장 잘 이해한 사람은 투팍이다. 두 번째는 아마 스눕 독. 투팍은 본인이 남길 이미지에 대한 중요성을 누구보다도 잘 인지했다. 마치 본인이 평생 살아있지 않을 것을 알고 있는 사람처럼.

포토그래퍼로서 가장 큰 영향을 준 선배가 있나?

없다. 힙합 다큐멘터리 포토그래피는 내가 처음 개척한 것이라 볼 수 있다. 당시에는 나처럼 힙합을 이런 방식으로 다루는 사람이 없었다.

‘힙합 다큐멘터리 포토그래피’는 아주 구체적이다. 힙합 다큐멘터리 포토그래피, 한정적인가 아니면 해방적인가?

해방적이다. 많은 포토그래퍼들은 본인이 사진도 찍으면서 스타일링도 하고 영상 감독도 한다고 선언하는데, 난 그게 혼란스럽다고 생각한다. 나도 다른 장르의 사진을 찍지만, 사람들이 나를 힙합 포토그래퍼로 단정 짓는 것에 대한 거부감은 없다. 오히려 그것이 나의 성공을 북돋웠다.

당신이 제 3세계에서 어린 학생을 촬영한 사진과 스눕 독 같은 피사체를 찍은 사진을 비교하면 참 흥미롭다. 이들 사이에는 어떠한 거리감이 있는 것 같다. 촬영 대상을 고를 때의 기준이 있나?

내 작품을 자세히 보면 공통점을 찾을 수 있다. 바로 솔직함이다. 내가 나이지리아에서 찍은 아이들의 눈빛 속에서 스눕 독도 찾아볼 수 있을 거다. 솔직함을 담으려 한다면 피사체가 그 누구든 상관없다. 우린 같은 것을 보고 있는 것이다.

나이지리아에서 태어난 것이 포토그래퍼로서의 관점에 어떤 영향을 주었나?

나이지리아는 세상에서 흑인이 가장 많이 거주하는 나라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비록 미국 태생은 아니었어도, 미국의 흑인들과도 한 가족처럼 지냈다. 우리는 코드가 맞아서 내가 잔소리하지 않는 선 안에서 동생들을 잘 가르칠 수 있었다. 나는 내가 찍는 래퍼들을 존중했고, 단순히 사진의 결과물만을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세대와 커뮤니티를 위해 일하고 싶은 사명감이 있었다.

디뮤지엄의 전시 사진은 어떻게 선정했는가?

나의 아카이브 중에서도 대중에게 더 알려진 사진 위주다. 이번 전시는 한국의 첫 쇼케이스인 만큼 좀 더 나를 대표하는 작품들을 선보일 기회라고 생각했다. 내 사진은 전시의 작은 일부일 뿐이니까 너무 의미가 깊다거나 문맥이 한정적인 작품은 고르지 않았다.

치 모두에게 ‘청춘’이란?

내게 ‘청춘’이란 단어는 자유를 의미한다. 청춘은 자유롭기 때문이다. 인생은 그 때부터 시작이다. 내 작품들을 보면 가장 인기있는 사진들은 이십대에 작업한 것이다. 그 때 촬영한 작품으로 25년 후인 지금까지도 활동 중이다. 그렇기 때문에 청춘은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때다. 어릴 때 일하고 실험하라. 옳은 결론에 닿기 위해서는 틀려도 봐야 하니까.

지금 포토그래퍼로서 성공하고 싶은 이들에게 조언이 있다면?

사람들이 내게 ‘힙합 포토그래피’가 뭔지 물을때마다 난 항상 똑같이 대답한다. “그게 뭐지?” 사진은 그냥 사진이고 나는 힙합을 찍을 뿐이다. 포토그래퍼가 되고 싶다면 우선 자신이 정말 포토그래퍼가 되고 싶은 건지 고민해봐야 한다. 멋쟁이가 되고 싶은 거라면 다른 길을 가야 할 것이다. 단순히 연예인과 친해지고 유명해지고 싶은 이유라면 말이다. 우린 전문가들이다. 내가 포토그래퍼들에게 해줄 조언은 본인이 아니라 피사체를 내세우라는 것이다.

당신은 그야말로 레전드들을 찍어왔다. 하지만 그들을 이을 다음 피사체는 누구인가?

난 뮤지션들을 그런 관점으로 바라보지 않는다. 그저 누구와 좋은 사진을 찍을 수 있을까를 생각할 뿐이지. 요즘 아티스트들을 찍지 않는 이유는 그 ‘솔직함’이 없어졌기 때문이다. 지금은 래퍼가 디스를 해도 그를 지켜줄 경호원들이 붙는다. 예전에는 투팍을 평범한 술집에서 만나볼 수 있었다. 그는 혼자서도 본인을 지킬 수 있어야 했다. 하지만 오늘날의 래퍼들은 온실 속에 갇혀있다. 그들의 사진만 봐도 굉장히 통제되고 철저하게 관리된 이미지인 것을 볼 수 있다. 진정한 아티스트라면 이미지에 대한 두려움이 없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들었던 노래는 무엇인가?

이번 한국 여행의 사운드트랙은 블랙문의 <엔타 더 스테이지>였다. 1992~1993년 즈음에 내가 그 앨범 커버를 찍었다. 과거와 지금의 대세 랩 스타일은 많이 다르지만 나는 포괄적으로 다 듣는다. 난 ‘이게 좋아, 저건 싫어’하는 꼰대가 아니다. 왜냐면 우리 세대에도 꼰대들이 우리한테 손가락질 했으니까. 우리가 지금의 어린 청년들보다 더 나을 것 없다. 그저 다를 뿐이다. 요즘 청년들의 방식을 좋게 받아들일 수 없다 해도, 그들이 좋다고 말하는데는 이유가 있을 것이다.

오늘의 청년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는가?

두려워 말라. 어른들에게 설득 당하지 말라. 하고 싶은 것에 대해 진지하라. 사명감을 가지고 멈추지 마라.

 

스테레오 바이널즈 쇼룸
성수동2가 278-53

더 보기

이전 글

키치한 두 브랜드, 조이리치 x 플레이보이 2017 SS 컬렉션
패션

키치한 두 브랜드, 조이리치 x 플레이보이 2017 SS 컬렉션

자극적인 너, 이거 잘 어울리겠다.

'라라랜드'의 감동을 이을 음악 영화 '송 투 송' 예고편
엔터테인먼트

'라라랜드'의 감동을 이을 음악 영화 '송 투 송' 예고편

라이언 고슬링, 나탈리 포트만 주연에 크리스찬 베일 카메오?

아디다스 NMD R1 단색 3종 재출시와 '미스틱 블루' 신상 정보
신발

아디다스 NMD R1 단색 3종 재출시와 '미스틱 블루' 신상 정보

물감에 푹 담갔다가 건진 것 같이 강렬한 원 컬러 운동화.

피너츠, 리차드슨과 협업한 더 파킹 긴자
패션

피너츠, 리차드슨과 협업한 더 파킹 긴자

무려 컬렉션이 2개.

귀 달린 샤크후드를 탄생시킨 베이프 x 메디콤 토이 컬렉션
패션

귀 달린 샤크후드를 탄생시킨 베이프 x 메디콤 토이 컬렉션

곰릴라와 곰상어를 만나볼 수 있는 기회.


팔라스 2017 봄 룩북
패션

팔라스 2017 봄 룩북

복고 스타일, 카모 그리고 파스텔 톤의 향연.

서출구 '별' ft. 크루셜 스타 데모 듣기
음악

서출구 '별' ft. 크루셜 스타 데모 듣기

‘별이 빛을 잃은 도시’.

에디터가 선정한 2월 셋째 주 기사 탑 10
패션 

에디터가 선정한 2월 셋째 주 기사 탑 10

옷 카피 논란, 슈프림 교통카드, 커플룩 화보 등.

차분하면서도 반항적인 비바스튜디오 2017 SS 룩북
패션

차분하면서도 반항적인 비바스튜디오 2017 SS 룩북

‘수입 화물을 선적할 때 준비하는 서류’

역사상 가장 빠르고 강력한 페라리, 812 슈퍼패스트
자동차

역사상 가장 빠르고 강력한 페라리, 812 슈퍼패스트

2.9초만에 시속 100km에 도달.

More ▾
 
뉴스레터를 구독해 최신 뉴스를 놓치지 마세요

본 뉴스레터 구독 신청에 따라 자사의 개인정보수집 관련 이용약관에 동의한 것으로 간주됩니다.